• "정책은 방향, 전략은 경로, 기술은 속도"… 셋을 한 테이블에 올린 회사
  • "공무원이 챗GPT·클로드에 내부 자료 붙여넣는 순간, 보안은 뚫린 것"… 행정 전용 AI 에이전트로 승부
  • "AI 도입한 시청과 안 한 시청, 3년 뒤 격차는 눈에 보일 것"
천의현 루브리카 대표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의현 RUBRICA 대표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행정은 몰라서 안 바뀌는 게 아니라, 구조를 아는 사람이 재설계에 나서지 않아서 안 바뀐다"고 말했다.

폭우가 쏟아진 날 밤 11시, 한 시청 당직실. 침수 신고, 정전 문의, 도로에 쓰러진 나무, 골목을 막아선 불법 주정차까지 전화가 한꺼번에 몰린다. 근무자는 한 명. 한 통을 받는 동안 나머지 전화는 끊긴다. 끊긴 전화 속에 반지하 침수를 알리는 다급한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면, 그날 밤의 통화중 신호음은 행정의 실패가 된다. 여기에 취객의 주정과 폭언까지 받아내고 나면 정작 조치가 필요한 민원은 뒤로 밀린다. 전국 지자체 당직실이 수십 년째 반복해온 밤이다. 이제 이 전화를 AI가 먼저 받는다. 몰리는 전화를 동시에 응대해 대기가 사라지고, 시민이 정해진 단어나 메뉴 없이 사람에게 말하듯 설명하면 대화 맥락을 분석해 민원을 분류하고 접수한다. 근무자의 판단이나 직접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곧바로 근무자에게 연결하고, 취객 전화와 폭언은 AI가 1차로 받아낸다. 이달 초 수도권의 한 기초지자체에서 정식 운영에 들어간 'AI 당직실'의 풍경이다.

행정 AI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 광역과 기초를 가리지 않고 생성형 AI 플랫폼을 도입하고, 앞다퉈 예산을 편성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화면 속 챗봇은 늘어나는데 행정이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다. 직원이 물어야 답하는 AI는 일을 끝내지 못하고, 엉킨 결재 구조 위에 얹힌 기술은 엉킨 채로 빨라질 뿐이다. 공무원들은 챗GPT 창을 하나 더 띄웠을 뿐, 퇴근 후 걸려오는 민원 전화는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는다. 기술을 팔겠다는 회사는 넘치지만, 이 기관의 행정이 왜 느린지를 먼저 묻는 회사는 드물다.

지난 3월 3일 출범한 RUBRICA는 그 드문 질문에서 시작한 회사다. 기술만 들고 기관을 찾아가지 않는다. 기관의 업무 구조를 짚는 행정 시스템 컨설팅과 방향을 다듬는 정책 컨설팅, 그리고 실행을 맡는 AI를 한 묶음으로 움직인다. 퇴근 이후 응대율이 사실상 0%인 행정 전화를 AI가 받게 하는 야간 당직 AI부터, 시장가의 몇 배로 부풀려진 정보화 용역을 잡아내는 발주 진단까지. 서울시 자치구와 경기도 내 시·군 등을 상대로 논의와 구축이 이어지고 있고, 이달 초 'AI 당직실' 정식 운영으로 첫 실물을 내놨다.

이 회사를 이끄는 천의현(39) 대표는 현장 기자 출신이다. 18년간 지방행정의 최전선을 취재하며 행정의 실패를 기사로 지적해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사의 먹거리인 행사·콘텐츠·미디어 사업을 하며 공급자로서 예산과 발주, 결재라는 행정의 관문을 통과해왔다. 관찰자와 공급자, 양쪽의 자리에서 그는 행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읽어왔다. 문서가 어느 결재 라인에서 멈추는지, 예산이 어떤 단계에서 부풀거나 새는지, 부서 사이 정보가 어디서 끊기는지. 말하자면 행정의 병목 지점 데이터를 십수 년간 축적한 셈이다. '행정은 몰라서 안 바뀌는 게 아니라, 구조를 아는 사람이 재설계에 나서지 않아서 안 바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래서 오류를 지적하는 자리에서 내려와, 시스템을 직접 재설계하는 쪽에 서기로 했다.

그는 회사를 세 단어로 설명한다. 전략, 정책, 기술. 정책은 방향이고, 전략은 그 방향까지 가는 경로이며, 기술은 그 경로를 달리는 속도다. 행정 시스템 컨설팅으로 기관의 전략을 세우고, 정책 컨설팅으로 방향을 다듬고, AI로 실행 속도를 끌어올린다.

다음은 천 대표와의 일문일답.

Q. RUBRICA는 어떤 회사인가.

"RUBRICA는 '전략과 기술, 정책을 한 테이블에 올리는 회사'다. 공공 시장에는 세 종류의 회사가 있다. 기술만 파는 회사, 전략만 그리는 회사, 정책만 논하는 연구소. 문제는 행정 현장에서 이 셋이 따로 놀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책은 방향이고, 전략은 그 방향까지 가는 경로이고, 기술은 그 경로를 달리는 속도다. 방향 없는 속도는 사고가 나고, 속도 없는 방향은 구호로 끝난다. 우리는 이 셋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어서 실행한다."

Q. 취재기자가 회사를 차렸다. 계기가 궁금하다.

"기자로 행정을 취재하고, 사업자로 행정과 일하면서 20년 가까이 실패의 패턴을 계속 봤다. 좋은 정책이 전략 없이 던져져서 현장에서 뒤틀리는 경우, 비싼 기술을 사놓고 정책과 연결하지 못해 창고에 처박히는 경우, 그럴듯한 전략 보고서가 실행 수단이 없어 캐비닛에 잠드는 경우. 셋 다 원인은 같다. 전략과 기술과 정책이 서로 다른 사람 손에서 따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자는 그 실패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바꿀 권한은 없다. 지적을 오래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질문이 남더라. '비판만 하는 게 맞나, 직접 바꿀 수도 있지 않나.' 밖에서 훈수 두는 사람은 많은데 셋을 묶어서 책임지고 실행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현장을 아는 사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Q. 기술, 그러니까 AI 행정 시스템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주나.

"AI 행정 공무원, 우리 표현으로는 '행정 AI 에이전트'를 키워내는 일이다. 실제 일선 현장에서는 공무원의 반복 문서 업무를 AI가 초안 단계에서 처리해주는 시스템은 많다. 보도자료와 연설문 초안 작성 등은 이미 공무원들이 챗GPT나 클로드 같은 범용 AI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내부 자료를 범용 AI에 붙여넣는 순간 보안은 이미 뚫린 것이다. 행정망 환경과 개인정보 이슈를 고려하지 않은 AI 사용은 반드시 사고가 난다. 둘째, 범용 AI는 물으면 답할 뿐 일을 완결하지 못한다. 행정 시스템과 민원 콜센터와 연계된 실시간 민원 답변과 해결, AI가 지식 스페이스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축적한 데이터로 공무원 대신 일을 알아서 수행하는 것. 이게 에이전트의 영역이고, 오랜 AI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핵심은 '행정의 언어'다. 공문서에는 정해진 격식과 용어, 결재 체계가 있다. 시청 공보실 보도자료와 의회 답변서는 문법이 다르다. 우리는 그 차이를 알고 시스템을 짠다."

Q. 말로 들으면 추상적이다. 실제 사례를 들어달라.

"야간 당직 AI가 대표적이다. 지금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퇴근 시각 이후 행정 대표번호의 민원 응대율은 사실상 0%다. 시민이 밤에 전화하면 다음 날 업무 시간에 다시 걸어야 한다. 맞벌이 가정, 야간 근무자, 고령자는 사실상 행정 서비스에서 배제돼 있는 것이다. 이달 초 수도권의 한 기초지자체에서 정식 운영에 들어간 'AI 당직실'이 그 답이다. 야간과 휴일의 당직 전화를 AI가 먼저 받아 민원 내용을 파악하고 안내와 접수를 지원한다. 시민은 정해진 단어나 메뉴를 고를 필요 없이 사람에게 말하듯 상황을 설명하면 되고, AI가 대화 맥락을 분석해 민원 유형을 분류한다. 불법 주정차 신고라면 차량 종류와 번호, 발생 위치를 순서대로 확인해 당직 민원으로 전달하고, 근무자의 판단이나 직접 대응이 필요한 사안은 근무자에게 연결해 후속 조치로 잇는다. 여러 통화를 동시에 응대하니 전화가 몰려도 대기가 줄고, 다시 확인할 안내 사항은 문자로 보내준다. 반복 문의와 취객 전화, 폭언·욕설 통화를 AI가 1차로 받아주니 근무자는 현장 확인과 행정 조치가 필요한 민원에 집중하게 된다. 구축에는 2주면 충분하고, 운영하면서 실제 통화 사례를 점검해 응대 정확도를 계속 끌어올린다. 우리는 이 AI들을 '에이전트 공무원'으로 운영한다. 이름을 붙이고, 몇 건을 받아 몇 건을 해결했는지 성과를 공개해 평가받게 한다. 사람 공무원처럼 책임 단위를 만드는 것이다."

Q.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하나.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건가.

"우리는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 모델은 이미 세계 최고 기업들이 만들고 있고, 몇 달마다 더 좋은 게 나온다. 우리가 만드는 건 그 위에 얹는 '행정 레이어'다. 세 겹이다. 첫째, 행정 지식 스페이스. 조례와 지침, 부서 업무분장, 과거 민원 처리 이력을 기관별로 구조화해 AI가 참조하고 스스로 학습을 축적하는 지식베이스다. 처음에는 기관의 공개 자료로 시작하고, 내부 문서는 승인을 받아 단계적으로 확장한다. 둘째, 판단 로직. 걸려온 전화가 일반 민원인지 긴급 상황인지 반복 문의인지 가려서 접수, 부서 태깅, 담당자 강제 연결로 분기하는 구조다. 긴급 신고를 AI가 붙잡고 있으면 안 되니까 '30초 안에 사람 연결' 같은 안전장치를 로직 단계에 박아둔다. 첫 응답은 90초 이내, 반복 문의는 AI 선에서 70% 이상 해결이 설계 기준이다. 셋째, 운영 계층. 통화 건수, 평균 응답시간, 부서별 접수 분포, 긴급 전환 이력이 실시간 대시보드에 집계되고 주간·월간 리포트가 자동으로 나온다. 매달 오답을 잡아서 튜닝한다. 에이전트도 신입 직원처럼 교육시키는 것이다. 보안은 세 원칙이다. 통화 내용은 민원 식별에 필요한 최소 항목만 기록하고 법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파기한다. 접근 통제와 로그 관리는 ISMS 인증 통제 항목에 준해 운영한다. 그리고 데이터는 기관이 지정한 곳에만 저장하고, 계약이 끝나면 전량 반환·파기한다. 모델은 계속 바뀌어도 이 레이어는 기관에 남는다. 그게 우리 기술의 본체다. 다만 기술은 우리가 가진 세 개의 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천의현 루브리카 대표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천 대표는 "우리는 모델을 만들지 않는다. 그 위에 얹는 '행정 레이어'를 만든다"며 "모델은 계속 바뀌어도 이 레이어는 기관에 남는다"고 말했다.

Q. 이미 챗GPT 기반 통합플랫폼을 도입한 지자체가 많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그건 1세대다. 전 직원에게 생성형 AI 계정을 열어주고, 채팅으로 묻고 초안을 받는 것. 안 하는 것보다 백배 낫고, 실제로 여러 지자체가 그렇게 가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직원이 물어야 움직이고, 답을 줄 뿐 일을 끝내지 못한다. 결국 붙여넣고 고치고 결재 올리는 건 전부 사람 몫이다. 2세대는 에이전트다. 민원 전화를 직접 받고, 접수하고, 부서에 넘기고, 보고서를 만들어놓는다. 1세대가 '똑똑한 검색창'이라면 2세대는 '일하는 직원'이다. 1세대에 예산을 쓴 기관일수록 다음 질문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AI가 일을 대신해주긴 하는 건가.'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하는 회사다."

Q. 그럼 전략과 정책 컨설팅은 어떤 일인가.

"AI 못지않게 공을 들이는 영역이다. 업무 프로세스가 엉켜 있는 기관에 AI를 얹으면 엉킨 채로 빨라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전략 진단을 함께 한다. 문서 흐름, 결재 구조, 부서 간 협업 방식을 뜯어보고 병목이 어디인지 찾아낸다. 이게 행정 시스템 컨설팅, 즉 전략의 영역이다. 정책 컨설팅은 그 위에서 방향을 다듬는 일이다. 기관장의 공약과 핵심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를 손보고, 주민 입장에서 그리고 여론의 시선에서 이 정책이 어떻게 읽힐지를 함께 짚어준다. 최근 한 자치구에 제안한 통합 공공브랜드 체계가 그런 사례다.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슬로건과 조형물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휘발되는 디자인'에 세금을 쓰는 대신, 50년을 내다보는 시각 정체성과 디자인 시스템을 자산으로 축적하자는 제안이다. 정책 컨설팅이란 이렇게 행정의 관성을 자산으로 바꾸는 일이다. 최근에는 한 자치구의 정보화 용역 발주를 진단했는데, 일반 청사 용도에 데이터센터급 장비 스펙이 잡혀 있고 단가는 시장가의 2.5배였다. 정부 기관의 분리발주 권고도 서류상으로만 반영돼 있었다. AI를 들이기 전에 예산과 발주 구조부터 바로잡아야 하는 기관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수백 건의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잘된 행정과 안 된 행정을 몸으로 비교해본 경험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전략과 정책과 기술, 이 셋이 한 회사 안에서 맞물릴 때 행정은 실제로 바뀐다."

Q. 지자체 예산은 빠듯하다. 비용 장벽은 어떻게 넘나.

"구조로 넘는다. 우리는 초기 구축비를 받지 않는 모델을 쓴다. 월 이용료는 실제 민원 인입량에 비례하는 후불 종량제다. 안 쓰면 안 낸다. 성과가 약속한 기준에 못 미치면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못 박는다. 공공이 AI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결국 세 가지다. 예산, 보안,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 셋의 부담을 공급자인 우리가 지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시장이 열린다."

Q.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회사다. 이 세 가지를 다 할 역량이 되나.

"회사는 어리지만 사람은 어리지 않다. RUBRICA의 최고 자산은 구성원이다. 기술 부문을 총괄하는 파트너는 20대 초반에 AI 기반 예약 솔루션 회사를 창업해 국내 최대 포털과 메신저 플랫폼에 서비스를 연동시킨 인물이다. 누적 예약 1,300만 건이 넘는 서비스를 10년 넘게 운영했고,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도 선정됐다. 시류에 편승해 솔루션을 가져다 붙이는 사람이 아니라 대규모 트래픽과 실사용자를 직접 감당해본 엔지니어라는 얘기다. 공공전략을 맡은 파트너는 대도시 부시장을 지낸 행정가다. 전국 단위 청소년 비영리재단을 설립 때부터 20년 넘게 이끌었고, 행정의 안과 밖을 모두 겪어서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전 과정을 안다. 공무원이 쓰는 언어로 대화하고 기관장이 고민하는 지점을 먼저 짚어내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보안 책임자는 화이트해커 출신이다. 스무 살에 보안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국가적 참사를 미끼로 시민들을 해킹하던 조직을 검찰과 공조해 잡아내는 데 힘을 보탰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법망을 피하던 국내 최대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추적해 폐쇄에 이르게 한 과정에도 그가 있었다. 행정망과 시민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회사에 이보다 맞는 사람은 없다고 본다. 우리는 개인의 이름을 앞세우지 않는다. 각자 자기 영역에서 검증된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 그리고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것. 그게 우리 팀의 문화다."

Q. 대기업과 기존 SI 업체도 공공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차별점은 무엇인가.

"그들은 기술에서 출발하고, 우리는 현장에서 출발한다. 우리 구성원들은 시·도와 시·군, 교육청과 산하기관의 현장을 직접 겪어본 사람들이다. 공무원이 어떤 문서를 언제, 왜, 어떤 형식으로 쓰는지, 어느 단계에서 결재가 막히는지, 기관장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몸으로 안다. 대기업 솔루션은 획일적일 뿐 전략과 정책의 맥락 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현장에 맞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은 지자체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기술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좁혀진다. 그러나 전략을 읽는 눈과 정책을 다루는 감각, 이 현장 격차는 쉽게 못 좁힌다. 그게 우리 자리다."

Q. 전략·기술·정책이 만나면 행정이 어디까지 바뀔 수 있나.

"문서를 만드는 행정에서 판단하는 행정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이다. 지금 공무원 업무의 상당 부분은 이미 있는 정보를 형식에 맞게 옮겨 적는 일이다. 그 시간이 기술로 줄면, 남는 시간은 전략을 고민하고 정책을 다듬는 데 쓸 수 있다. 공무원이 타이피스트가 아니라 기획자로 일하게 되는 것이다. 정책의 품질도 달라진다. 데이터에 근거해 설계하고, 시행 전에 허점을 걸러내는 행정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기관과 받아들인 기관의 격차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눈에 보일 만큼 벌어질 것이다. 행정 AI는 한때의 흐름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이고, 결국 격차의 문제다."

천의현 루브리카 대표
천 대표는 "행정 AI는 한때의 흐름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이고, 결국 격차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당장은 전국 지자체와 산하기관에 전략·기술·정책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우리 모델의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한 대도시에는 임기 4년짜리 'AI 행정 통합 로드맵'을 제안했다. 시민을 상대하는 대민 트랙과 공무원의 내부 업무 트랙, 두 트랙이 데이터를 쌓아 하나의 '행정 두뇌'로 합쳐지는 그림이다. 민원 콜센터에서 시작해 행정문서 비서, 의회·행정감사 대응 AI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이 모든 것은 기관 내부망 안에서만 돌아가는 자체 플랫폼 위에 올라간다. 시민의 통화도 행정 문서도 외부 서버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는 그 기관만 가진 자산이 되고, 한 번 만들어둔 플랫폼은 다른 지자체에 그대로 옮겨 깔 수 있어 새로 짓는 비용이 사실상 들지 않는다. 한 도시에서 증명하고 인접 도시로, 광역으로 확산하는 구조다. 길게는 '행정 혁신의 표준을 만든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기자로, 또 사업가로 공공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배운 게 하나 있다면, 결국 현장을 아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장에서 시작했고, 현장에서 증명하겠다."